아버지의 짜장면

아름다운 이별과 평화
예수님 족보의 놀라움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법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듯이 저희 아버지도 손주를 사랑하셨습니다. 변변한 가게도 없는 시골이라 멀리 시장까지 나가 손주가 좋아하는 먹을 것을 사다 주시곤 했습니다. 한번은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자식이 손주보다 더 귀했겠지만, 사느라고 힘들어서 너한테는 맛있는 것 제대로 하나 사주지 못하고 키웠구나.”

그러나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저한테 항상 최선의 것을 주신 분입니다. 1966년부터 68년까지 3년 동안 우리나라 전역에 가뭄이 들었습니다. 그즈음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는 저를 데리고 5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가셨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던 저는 전기가 있는 그곳에 가 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장터는 제가 살던 마을에서 돛단배를 타고 한 시간을 건너가야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 우시장에서 소 우는 소리, 시장의 파전 냄새가 저를 들뜨게 했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아버지는 저를 음식점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아버지는 배고프지 않다고 저한테 다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철없는 저는 맛있는 짜장면을 혼자 다 먹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짜장면을 사주고 싶은데, 연이은 가뭄으로 돈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짜장면 한 그릇만 주문하고 아버지는 드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철이 든 후에야 알았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구절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바울이 사랑을 그렇게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다른 어느 교회보다도 성령의 은사를 많이 받은 교회입니다. 병 고치는 은사를 받은 자, 방언하고 통역하는 은사를 받은 자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은사를 많이 받은 교회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당파를 지어 분열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다 병 고치는 은사를 가진 자이겠느냐? 다 통역하는 자이겠느냐?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가장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이것은 그와 같은 성령의 은사보다 더 좋은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은사가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곧이어 13장에서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은 병 고치는 은사, 방언하는 은사, 통역의 은사보다 더 좋은 은사는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방언 같은 은사는 끝날 때가 있지만, 사랑의 은사는 영원히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아버지의 사랑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제가 기억하면서 감사하게 여기듯이,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이 성령이 주시는 가장 큰 은사입니다. 주님은 냉수 한 그릇이라도 제자의 이름으로 주는 자는 결코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선행으로 구원 얻는 것은 아니지만, 에베소서 2장 10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선한 일을 행하기 위해 지음 받았다고 했습니다. 성령의 여러 가지 은사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은사는 사랑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사랑을 베풀면 마태복음 5장 16절 말씀처럼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